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한국 서원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안동 병산서원에서 근대화 과정 속 맥이 끊겼던 전통 유학의 학문적 기능이 100여 년 만에 온전한 모습으로 재현된다.
안동시는 국가유산청, 경상북도와 함께 후원하는 ‘2026년 세계유산 활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7월 10일 금요일부터 11일 토요일까지 이틀간 병산서원 일원에서 ‘2026년도 제1회 병산서원 강학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병산서원이 주최하고 국립경국대학교 퇴계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강학회는 그동안 눈으로만 보던 관람 위주의 서원 탐방 문화에서 탈피해, 선현들의 학문 정신을 전승하고 토론하던 서원 본연의 교육적 가치를 오늘날에 생생하게 되살리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첫 돛을 올리는 강학회의 주제는 ‘푸른 병산 맑은 화천 위에 띄운 학문의 돛’이다. 영남 유학의 거두이자 임진왜란을 극복한 명재상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문적 깊이를 재조명하고, 병산서원이 가진 역사·문화적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서원 유생들의 일과를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정통 의례와 밀도 높은 학문 토론 프로그램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행사 첫날인 10일 오후 2시 20분에는 사당인 존덕사에서 선현들에게 모임의 시작을 알리고 전통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하는 의례인 ‘고유례(告由禮): 서애를 기리다’가 엄숙하게 봉행된다.
이어 열리는 개회식에서는 서원의 규약을 유생들이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며 배움의 기강과 지켜야 할 도리를 바로 세우는 전통 의식인 ‘독약(讀約)’이 진행돼, 유교 교육의 숭고한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강학회의 핵심인 학문 강독은 전통 방식에 따라 시간대별로 주강(晝講), 석강(夕講), 조강(朝講)으로 세분화해 운영된다. 10일 오후에는 병산서원과 존덕사 복항기를 심도 있게 다루는 ‘주강’이 열리며, 밤에는 서원의 역사와 강독에 대해 활발히 묻고 답하는 ‘석강(강토)’이 운치를 더한다. 이튿날인 11일 오전에는 세계유산의 가치와 입교당 상량문을 주제로 한 ‘조강’이 진행돼 깊이 있는 학문적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강학회는 단순한 일회성 강연이나 구경거리에 그치지 않고 고유례, 독약, 강의, 강독, 강토 등 유교 아카데미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류창해 병산서원 운영위원장은 “이번 강학회는 병산서원을 정적인 문화재가 아닌, 선현의 뜻을 기리고 함께 글을 읽으며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살아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현대에 환생시키는 자리”라며 “세계유산 병산서원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새로운 교육적 가능성을 다 함께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기창 안동시장 역시 “병산서원은 안동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세계유산이자 우리 전통 교육문화의 정수가 녹아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번 강학회가 문화유산의 단순한 보존을 넘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모범적인 이정표가 되어, 시민과 방문객들이 병산서원의 진정한 내면의 가치를 체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