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대구섬유박물관, 문체부 ‘K-뮤지엄’ 선정 및 임영희 여사 특별전 개최

국가기록원 소장 일기서 해방·6·25 등 근현대사 투영… 가족 사랑 녹아든 ‘헌 옷 리폼’ 감동

가슴속에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품은 채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나,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에서 오직 가족만을 위해 한평생을 바느질로 헌신한 한 어머니의 위대한 생애가 섬유의 도시 대구에서 조명된다.

대구섬유박물관(관장 박미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6년 K-뮤지엄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 <손끝으로 이어진 시간: 엄마의 기록, 딸의 기억>을 오는 8월 17일(월)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근대 복식 전문 박물관인 경운박물관(서울)의 박경자 부관장이 어머니 임영희 여사(1922~2015)를 추억하며, 여사가 생전 가족들을 위해 손수 지었던 수십 벌의 의복과 한평생 써내려간 일기, 바느질 관련 희귀 자료 등을 대구섬유박물관에 대량 기증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임영희 여사는 평안남도 진남포 출생으로 명문 경성여자사범학교를 1회로 졸업한 당대의 엘리트였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며 유학을 준비하던 중 22세의 나이에 결혼하게 되면서 꿈을 접었고, 이후 해방과 6·25 전쟁,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 문체부 ‘K-뮤지엄’ 선정 및 임영희 여사 특별전 포스터 ⓒ 대구섬유박물관

전시의 핵심은 여사가 가족을 위해 직접 제작한 수제 의복 49점과 소품 189점, 그리고 1946년부터 평생 기록해 온 일기장과 가계부 80점 등 총 318점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다. 특히 헌 옷과 자투리 천을 덧대고 기운 정교한 바느질 자국 속에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가족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어 관람객들에게 짙은 향수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사의 일기에는 소박한 일상과 함께 해방 정국과 6·25 전쟁의 참상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한 여성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다. 이 기록물은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역사적·문화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소장물로 엄중히 보관 중이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돼 의미를 더한다.

박박물관은 특별전과 연계해 전시 기간 중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바느질을 직접 체험해보는 문화 프로그램 ‘시간을 잇는 바느질, 기억을 수놓다’를 운영하며, 참가 신청은 공식 누리집(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한편, 임영희 여사의 남동생인 故 임학권 성 누가의원장이 대구 지역에서 한평생 의료 봉사에 헌신하고 전 재산인 병원 건물과 사택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기증하는 등 여사의 가족과 대구와의 특별하고 따뜻한 인연이 알려지며 이번 전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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