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아자개장터의 낮이 깊어 갈 때쯤, 오래된 가마솥에선 뽀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릅니다. 그 뭉근한 김 속에는 단순히 고기와 뼈를 우려낸 육수만이 아닌, 사람의 정과 시간이 함께 끓고 있습니다. ‘약돌장터국밥’을 운영하는 이찬 대표의 일상은 늘 이 뜨거운 솥 앞을 지키는 일이지만, 유독 마음의 온도까지 전해지던 하루가 있었습니다.
지난 6월 4일, 이찬 대표는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웃들 20여 명을 장터로 초대했습니다. 지난 4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했던 첫 번째 마음에 이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내딛는 두 번째 발걸음이었습니다. 거창한 행사 타이틀도, 화려한 플래카드도 없었지만 장터 한구석은 이내 사람들의 숨결과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봉사라는 단어는 거대해 보이지만, 이찬 대표에게 봉사는 그저 내가 가진 가장 익숙한 것을 이웃과 편안하게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평소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편하게 외식 한 번 하기 어려웠던 이웃들은 뚝배기 가득 담긴 국밥을 마주하고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수저가 부딪히는 정겨운 소리, 땀방울을 훔치며 국물을 들이키는 소리 사이로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는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들이 오갔습니다.
이찬 대표는 “문경이라는 따뜻한 품에서 장사를 하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나직하게 말합니다. 그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어 시작한 국밥 나누기였지만, 오히려 맛있게 비워진 빈 그릇을 보며 가슴 가득 채워지는 보람과 감사를 선물 받은 것은 자신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나눔은 베푸는 자가 위에서 아래로 흘려보내는 시선이 아닙니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고,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가장 다정한 연대입니다. 뚝배기 속 국밥은 한 끼의 식사를 넘어,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이웃들을 하나의 따뜻한 공동체로 묶어주는 끈이 되어주었습니다.
“든든한 한 그릇, 따뜻한 마음까지.”
오늘도 아자개장터의 가마솥은 식지 않습니다. 세상의 온도를 1도쯤 올리는 것은 대단한 혁명이 아니라, 이웃의 허기진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갓 끓여낸 국밥 한 그릇을 건네는 그 다정한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약돌장터국밥의 뭉근한 연기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